작품 설명
빠르게–느리게–빠르게의 세 부분이 끊김 없이 이어지는 단일 악곡입니다. 점음표 리듬의 장중한 프랑스 서곡풍 도입부에 이어 장대한 푸가가 펼쳐지고, 중간에는 A♭장조의 서정적인 변주 부분이 자리합니다. 마지막에 도입부가 다시 돌아온 뒤 한층 복잡해진 푸가로 마무리됩니다. 바흐의 대위법을 깊이 연구한 만년의 모차르트가 진보적인 화성 어법과 결합해 빚어낸 작품으로, 세 자동 오르간 곡 중 규모가 가장 크고 짜임새가 치밀합니다. 본래 사람의 손이 아니라 기계 장치가 연주하도록 설계된 탓에 화음의 밀도와 음역이 매우 까다로워, 오르간 독주로 옮겨 연주할 때는 손꼽히는 난곡으로 통합니다.
비하인드 스토리
이 곡을 의뢰한 사람은 빈에서 밀랍 인형관을 운영하던 다임 백작입니다. 그는 결투로 상대를 죽이고 빈을 떠났다가 ‘뮐러’라는 가명으로 돌아와 전시관을 열었고, 그래서 이곳은 ‘뮐러 예술관’으로 불렸습니다. 1790년 라우돈 원수가 세상을 떠나자 다임은 그를 기리는 밀랍 인형 영묘를 꾸미고 매시간 자동 오르간이 추모곡을 울리도록 했는데, 그 음악이 바로 K.594와 K.608이었습니다. 흥미롭게도 모차르트 자신은 이 곡에 ‘환상곡’이라는 이름을 붙인 적이 없습니다. 자필 목록에는 그저 ‘시계 속 오르간 장치를 위한 곡’이라고만 적었고, 우리가 아는 ‘환상곡’이라는 제목은 19세기에 피아노 네 손 편곡으로 출판되면서 비로소 붙은 후대의 이름입니다. 정작 이 곡이 울려 퍼지던 다임의 자동 오르간 실물은 1821년 이후 행방이 묘연해져 오늘날 전하지 않습니다. 모차르트가 들려주려 한 본래의 음색을 우리는 영영 정확히 되살릴 수 없게 된 셈입니다. 자필 악보만이 미국 워싱턴의 의회도서관에 남아 있습니다.
페루초 부조니의 두 대 피아노 편곡: 듀오 연주회의 인기 레퍼토리
오르간 독주 편곡: 세계 각지 오르간 리사이틀의 정규 곡목
피아노 네 손 편곡: 1799년 빈에서 처음 출판된 이래 가장 널리 연주되는 형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