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설명
K.609 같은 단출한 무도회 편성과 달리, K.603은 피콜로 한 대와 두 대의 오보에·바순·호른, 두 대의 트럼펫과 팀파니까지 더해진 풀 오케스트라를 위한 무곡입니다. 그러면서도 흥미롭게 비올라 파트는 빠져 있는데, 이는 모차르트 시대 빈 무도회 악단의 관습으로 — 두 대의 바이올린과 베이스만 현을 채우면서 무도회장 특유의 가볍고 또렷한 음향을 만들어 냅니다. 두 곡 모두 약 한 회의 줄춤 시간(콘트라당스 한 묶음)에 맞춘 짧은 무곡입니다. 첫 곡은 D장조의 트럼펫·팀파니가 가세한 화려한 행진풍이고, 두 번째 곡은 B♭장조의 좀 더 부드러운 흐름으로, 두 곡을 이어 들어도 2분 남짓이라 카니발 무도회의 한 라운드에 정확히 들어맞는 분량입니다. 같은 카니발 시즌인 1791년 2월에는 이 K.603 외에도 두 미뉴엣 K.604, 세 독일 무곡 K.605, 여섯 랜틀러 무곡 K.606 같은 짧은 무곡들이 줄지어 작성되었습니다. K.603은 그 일련의 카니발 시즌 무곡 중 가장 먼저 나온 한 쌍입니다.
비하인드 스토리
1787년 12월 7일, 모차르트는 글루크의 후임으로 황제 요제프 2세의 "황실 실내 작곡가(k.k. Kammermusicus)" 직책에 임명되었습니다. 봉급은 800플로린으로 글루크가 받던 2,000플로린에 비하면 한참 적었지만, 이 자리에는 한 가지 분명한 의무가 따라붙었습니다. 매년 카니발 시즌이 되면 빈 호프부르크의 레두텐잘에서 열리는 황실 무도회를 위해 춤곡을 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1790년에는 황실 무도회가 열리지 않았습니다. 황제 요제프 2세가 1790년 2월 20일에 세상을 떠났고, 그해 카니발 시즌은 황실 상중이라 무도회가 취소되었기 때문입니다. 모차르트의 1789년 무곡(K.567 등) 이후 한 해 동안 무도회 음악 작곡이 완전히 멈춰 있었습니다. 1791년 2월 5일, 새 황제 레오폴트 2세 치세에서 카니발 시즌이 다시 열리자 모차르트는 자기 자필 작품 목록(Verzeichnüss aller meiner Werke)에 "두 개의 콘트라당스(zwey Contradänze)"를 적어 넣었습니다. 1년간의 공백을 깨고 다시 무도회 음악을 쓰기 시작한 그 시즌의 첫 작업이었습니다. 이 시점은 모차르트의 마지막 해였습니다. 그는 그해 12월 5일에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마술피리〉, 〈티토 황제의 자비〉, 클라리넷 협주곡, 그리고 미완성으로 남은 레퀴엠을 쓰게 됩니다. K.603은 사망 10개월 전, 황실 무도회 손님들이 그가 남긴 마지막 카니발 시즌 동안 줄지어 추던 콘트라당스 음악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