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설명
소프라노(또는 고성)와 피아노를 위한 strophic 가곡입니다. F장조 4/4박자의 단정한 선율 위에 4절시가 모두 같은 음악으로 한 번씩 풀려나가는 짜임새입니다. 한 절은 8행으로 짧게 흐르며, 4절 전체를 같은 선율로 한 번씩 돌리면 전곡이 마무리됩니다. 1955년 엘리자베트 슈바르츠코프와 발터 기제킹의 EMI 녹음에서도 작품 전체가 짧게 한 호흡으로 닫힙니다.
음악적으로는 살롱풍의 가벼운 결입니다. 피아노 반주는 8분음표의 산뜻한 분산화음으로 받쳐 두고, 소프라노 선율은 F장조의 으뜸음에서 한 옥타브를 가볍게 오르내리는 단정한 흐름으로 시 한 절의 자연스러운 운율을 그대로 따라갑니다. 후렴에 해당하는 마지막 두 행 "Doch was die Liebe weiter spricht, Sing' ich von Chloen nicht(사랑이 더 무엇이라 말하든, 나는 클로에에 대해 더 부르지 않으리)"가 매 절의 끝에 같은 선율로 돌아오며 작품의 한국어 제목 〈비밀〉을 한 마디 안에 모아 둡니다.
자필악보는 한 장(2 Bl., 4 beschr. S.)에 펜으로 단정히 옮겨져 있고, 오른쪽 위에는 "Pag: 37./ 4."라는 페이지네이션이 적혀 있습니다. 본 작품이 본래 더 큰 가곡 묶음 출판 기획의 일부로 정리되어 있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흔적입니다. 초판은 모차르트 사후 1799년 라이프치히의 브라이트코프 운트 헤르텔이 〈Oeuvres de Mozart, Cahier V〉(서른 곡의 가곡과 아리아를 한 묶음으로 펴낸 모음집)의 한 곡으로 처음 활자화했습니다. 같은 시기 빈에서 활동한 클라리넷 연주자·작곡가 카를 안드레아스 괴퍼트(Carl Andreas Göpfert, 1768~1818)는 본 작품을 오보에 2·클라리넷 2·바순 2·호른 2의 목관 8중주(Harmoniemusik) 편성으로 옮긴 편곡을 함께 펴냈습니다.
비하인드 스토리
1787년 5월의 빈, 모차르트의 책상 위 시간 흐름은 본 작품 한 곡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습니다. 5월 20일 본 가곡을 자필 작품 목록 〈Verzeichnüss aller meiner Werke〉에 등록한 모차르트는, 같은 달 28일에 잘츠부르크에서 부친 레오폴드 모차르트(Leopold Mozart, 1719~1787)의 사망 소식을 받았습니다. 작품을 적어 둔 지 단 8일 만의 일이었습니다. 본 작품은 모차르트가 부친의 죽음 한 주 전에 적어 둔 마지막 가곡 중 하나이며, 이후의 가곡 〈Das Lied der Trennung(이별의 노래)〉 K.519는 부친 사망 닷새 뒤인 5월 23일자로 자필 목록에 적혀 있습니다. 두 곡 사이에 부친의 죽음이 끼어 있는 짧은 시간대입니다.
그러나 본 작품 자체는 가볍게 풀린 살롱 음악입니다. 시 〈Sobald Damötas Chloën sieht〉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목동 다뫼타스가 클로에를 보자마자 그 마음을 어떻게 풀어 낼지 망설이는 첫 절로 시작해, 손에 입맞춤을 풀어 둔 두 번째 절, 꽃다발을 건네는 세 번째 절로 이어집니다. 마지막 네 번째 절에서는 목욕하는 클로에의 모습을 몰래 들여다본 다뫼타스가 "Doch was die Liebe weiter spricht, Sing' ich von Chloen nicht(사랑이 더 무엇이라 말하든, 나는 클로에에 대해 더 부르지 않으리)"라는 한 마디로 입을 다물어 두는 자리에서 노래가 닫힙니다. 18세기 후반 로코코 살롱의 위트와 절제가 단정히 묶여 있는 시이며, 모차르트는 그 후렴 — 들은 것을 누구에게도 옮기지 않겠다는 짧은 약속 — 을 작품 제목 〈Die Verschweigung〉(우리말로 〈비밀〉)으로 그대로 옮겨 두었습니다.
시인 크리스티안 펠릭스 바이세는 라이프치히의 계몽주의 시인이자 극작가입니다. 빈의 모차르트보다 한 세대 위로, 1726년 안나베르크에서 태어나 1804년 라이프치히에서 세상을 떠났습니다. 본 시는 1763년에 처음 발표되었고, 1793년 〈Kleine lyrische Gedichte von C. F. Weisse(바이세의 작은 서정시집)〉의 30~31쪽에 다시 정리되어 실렸습니다. 모차르트는 본 시 외에도 같은 바이세의 시에 한 번 더 곡을 붙였는데, 한 달 뒤 6월 24일에 적어 둔 〈An Chloe(클로에에게)〉 K.524가 그 작품입니다. 본 가곡의 "Chloë"와 같은 이름이 다시 등장하는 곡이며, 1787년 봄·여름 빈에서 풀려나간 모차르트의 가곡 묶음을 하나로 묶는 작은 단서입니다.
자필악보의 종이는 학자 앨런 타이슨(Alan Tyson)이 분류한 "Tyson 62-IV" 판형으로, 1785년의 다른 작품들에서도 발견되는 종이입니다. 자필악보 오른쪽 위에 적힌 "Pag: 37./ 4."라는 페이지네이션은, 본 작품이 본래 단 한 곡으로 나갈 작품이 아니라 더 큰 가곡 묶음(추정상 30곡 이상)의 일부로 묶여 있었을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모차르트 사후 1799년 라이프치히의 브라이트코프 운트 헤르텔이 〈Oeuvres de Mozart, Cahier V〉(서른 곡의 가곡과 아리아 모음)를 첫 활자로 펴냈을 때 본 작품이 그 묶음 안에 함께 들어선 것은, 이 페이지네이션 가설을 뒷받침하는 정황입니다.
자필악보의 현재 보관처는 학자들 사이에서 다소 엇갈립니다. 모차르테움 쾨헬 데이터베이스는 1787년 빈에서의 자필 일자만 명기해 두고 있고, IMSLP는 본 자필악보가 현재 폴란드 크라쿠프의 야기엘론스키 대학교(Jagiellonian University, Kraków) 도서관에 보관되어 있다고 정리해 두었습니다. 본래 베를린 프로이센 국립도서관(Preußische Staatsbibliothek)에 있던 모차르트 자필악보들이 제2차 세계대전 중 옮겨진 결과, 현재 크라쿠프의 베를린카(Berlinka) 컬렉션에 한 묶음으로 남아 있는 작품들 가운데 하나입니다.
본 작품을 가장 또렷이 풀어 둔 녹음은 1955년 10월 런던 킹스웨이 홀에서 EMI의 전설적인 프로듀서 월터 레그(Walter Legge)가 만든 음반입니다. 그의 부인인 소프라노 엘리자베트 슈바르츠코프(Elisabeth Schwarzkopf)와 모차르트 피아노 작품의 거장 발터 기제킹(Walter Gieseking)이 함께 적어 둔 모차르트 가곡 사이클로, 1956년에 〈A Mozart Song Recital〉이라는 LP로 처음 세상에 나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