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설명
피아노 4중주라는 편성을 본격적인 예술 장르로 끌어올린 두 작품 가운데 두 번째 곡으로, 앞선 K.478의 격렬한 G단조와는 정반대편에 서 있습니다. 같은 시기에 쓰인 피아노 협주곡 22번(K.482)과 같은 E♭장조의 너그럽고 여유로운 풍격을, 실내악 규모로 옮겨 놓은 듯한 인상을 줍니다. 네 악기는 종종 작은 오케스트라처럼 한데 어우러져 울리다가, 곧 피아노와 현악 3중주라는 두 개의 자족적인 무리로 갈라져 서로 묻고 답합니다. 피아노에는 협주곡에 가까운 기교가 주어지지만, 현악기들 역시 단순한 반주에 머물지 않고 대등한 목소리로 대화에 참여합니다. 전작이 어둠에서 빛으로 나아가는 극적인 서사를 그렸다면, 이 곡은 처음부터 끝까지 밝고 사교적인 온기를 잃지 않습니다. 두 곡이 한 쌍처럼 묶여 연주되고 녹음되는 이유가 바로 이 선명한 대비에 있습니다.
비하인드 스토리
출판업자 호프마이스터는 1785년 모차르트에게 피아노 4중주 세 곡을 의뢰했습니다. 그러나 첫 곡인 G단조 4중주가 너무 어려워 팔리지 않으리라 판단하고는, 선금을 모차르트가 그대로 갖는 조건으로 나머지 두 곡의 작곡 의무를 면제해 주었습니다. 흥미로운 대목은 그다음입니다. 계약에서 풀려나 더 이상 쓸 이유가 없었는데도, 모차르트는 약 아홉 달 뒤인 1786년 6월 3일 이 두 번째 4중주를 스스로 완성했습니다. 자신의 작품 목록에 직접 적어 넣은 이 날짜가, 의무가 아니라 의지로 쓰인 곡임을 말해 줍니다. 출판은 이듬해 호프마이스터가 아닌 빈의 아르타리아 사에서 이뤄졌고, 그가 처음 구상했던 세 번째 피아노 4중주는 끝내 쓰이지 않았습니다. 마지막 악장의 초안으로 보이는 자필 낱장 한 장이 지금도 전합니다. 갈색 잉크로 적힌 열한 마디 옆에는 ‘바이올린·비올라·쳄발로·첼로’라는 모차르트 자신의 악기 지정이 남아 있고, 같은 종이에는 대위법 습작까지 함께 적혀 있어 한 곡이 완성되기까지의 손길을 가까이서 엿보게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