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설명
B♭장조로 된 단일 곡으로, 같은 선율에 시의 여러 연을 차례로 얹어 부르는 유절가곡입니다. 바이세의 시는 네 연으로 되어 있는데, 모차르트는 시의 두 연을 이어 붙여 하나의 음악적 연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선율이 한 바퀴 도는 동안 시 두 연이 함께 지나가고, 노래 전체는 같은 음악을 두 번 되풀이하는 모습이 됩니다. 시는 “얼마나 부드럽고 얼마나 고요하게 나는 여기서 느끼는가”라는 첫 행으로 문을 엽니다. 앞의 두 연은 만족한 마음이 누리는 소박한 기쁨을 이야기하고, 뒤의 두 연은 서로 다투며 야심을 좇는 권세가들을 가볍게 웃어넘깁니다. 하나의 선율이 평온한 고백과 은근한 풍자를 모두 실어 나르도록 짜여 있는 것이죠. 원조인 B♭장조는 높은 음역의 목소리에 맞춘 조성입니다. 오늘날에는 중간 음역을 위한 G장조, 낮은 음역을 위한 A♭장조로 옮긴 악보도 함께 출판되어, 소프라노부터 바리톤까지 여러 목소리가 이 노래를 부릅니다.
비하인드 스토리
1785년 5월 7일, 모차르트는 하루 동안 크리스티안 펠릭스 바이세의 시로 가곡 세 곡을 썼습니다. 〈마법사〉 K.472, 이 곡 〈만족〉, 그리고 〈속은 세상〉 K.474입니다. 세 곡은 같은 날짜로 그가 1784년부터 손수 적어 온 작품목록에 나란히 올랐습니다. 두 달 전에는 피아노 협주곡 21번 K.467을 완성했고, 한 달 뒤에는 괴테의 시로 〈제비꽃〉 K.476을 쓰게 됩니다. 누구의 부탁으로 썼는지, 누구에게 바쳤는지, 처음 어디서 불렸는지는 기록으로 남아 있지 않습니다. 쾨헬 목록은 모차르트의 가곡이 대부분 빈 시절에 나왔고 가까운 친구들 사이에서 부르기 위해 쓰였다고 설명합니다. 누나 마리아 안나의 기록에 따르면 잘츠부르크 시절에는 가곡을 거의 쓰지 않았다고 하니, 이 노래 역시 빈의 사적인 모임을 위한 곡으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자필 악보는 오랫동안 행방을 알 수 없었습니다. 원래 베를린의 프로이센 국립도서관에 있었지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자취를 감췄고, 1963년에 나온 신 모차르트 전집 가곡권은 전쟁 전에 찍어 둔 사진 복사본에 기대어 이 곡을 교정해야 했습니다. 그 뒤 원고가 폴란드 크라쿠프의 야기엘론스카 도서관에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1979년 무렵부터 다시 열람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원고에서 〈만족〉은 〈마법사〉 K.472 바로 뒤에 이어 적혀 있으며, 14쪽이라는 쪽 번호와 “2)”라는 곡 번호가 붙어 있습니다. 악보가 처음 인쇄된 것은 1799년입니다. 라이프치히의 브라이트코프 운트 헤르텔이 펴낸 모차르트 작품집 제5권, 서른 곡의 가곡을 묶은 책에 실렸습니다. 같은 해 런던에서도 영어판 가곡집에 들어갔고, 1800년에는 「독일 가곡 12곡」 제2집으로 다시 나왔습니다. 바이세의 이 시에 곡을 붙인 사람이 모차르트만은 아니었습니다. 빌헬름 페르디난트 할터가 이미 1782년에 같은 시로 노래를 만들어 출판했습니다. 한편 모차르트에게는 같은 제목의 가곡이 하나 더 있습니다. 1780년에서 1781년 사이 뮌헨에서 요한 마르틴 밀러의 시로 쓴 〈만족〉 K.349로, 제목만 같을 뿐 시도 음악도 전혀 다른 곡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