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설명
가볍게 걷는 듯한 알레그레토 주제가 먼저 제시되고, 열 개의 변주가 끊기지 않고 이어집니다. 앞쪽 변주들은 주제의 윤곽을 알아볼 수 있게 남겨 둔 채 오른손과 왼손이 번갈아 장식을 얹는 방식으로 흘러갑니다. 네 번째 변주를 지나면서 화성이 눈에 띄게 짙어지고, 각 변주의 성격이 서로 뚜렷하게 갈라지기 시작합니다. 밝고 장난스럽던 표정 사이로 점점 다른 얼굴들이 끼어듭니다. 곡의 무게 중심은 아홉 번째 변주에 놓여 있습니다. 여기서 조성이 G단조로 돌아서고 속도가 아다지오까지 느려지면서 앞서의 장난기가 한순간에 걷힙니다. 장식음이 촘촘히 얽혀 드는 이 대목은 바흐의 전주곡과 스카를라티의 건반 소나타를 함께 떠올리게 합니다. 마지막 변주에서 G장조가 되돌아오고, 빠른 음형이 건반을 넓게 훑은 뒤 카덴차를 닮은 마무리로 곡이 닫힙니다. 원전판을 펴낸 출판사들이 이 곡을 모차르트의 변주곡 가운데 가장 까다로운 사이클로 꼽는 근거가 바로 이 마지막 두 변주에 있습니다.
비하인드 스토리
1783년 3월 23일, 모차르트는 빈의 부르크테아터를 빌려 자신의 예약 연주회를 열었습니다. 하프너 교향곡으로 문을 열고 오페라 아리아와 피아노 협주곡을 차례로 늘어놓은 매우 긴 프로그램이었는데, 그 뒤쪽에서 그는 악보 없이 건반 앞에 앉아 두 곡의 변주를 즉흥으로 만들어 보였습니다. 그중 두 번째가 글루크의 아리아를 주제로 삼은 이 음악입니다. 주제를 빌려온 〈예기치 않은 만남〉은 1764년 바로 그 부르크테아터에서 초연된 글루크의 오페라였습니다. 당시 빈 음악계의 최고 권위였던 글루크가 그날 객석에 있었으리라는 것이 여러 원전판 해설의 공통된 견해입니다. 이름난 선배의 주제를 눈앞에서 마음대로 주무르는 일은 재치인 동시에 꽤 대담한 도전이었습니다. 즉흥으로 사라질 뻔한 음악을 모차르트는 이듬해 다시 붙잡았습니다. 1784년 8월 25일자로 자기 작품 목록에 등재하면서 열 개의 변주가 확정됐는데, 그 이전 단계의 원고도 따로 전해집니다. 다섯 개의 변주만 적힌 이 초고에서 세 곡은 최종본에 그대로 살아남았고 한 곡은 뒤쪽 순서로 밀려났으며, 나머지 하나는 끝내 버려졌습니다. 즉흥에서 정본으로 넘어가는 손질 과정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흔치 않은 사례입니다. 악보는 1786년 여름 빈의 아르타리아가 〈아리에타 ‘우리 어리석은 백성들은’과 변주곡〉이라는 표제로 펴냈습니다. 다만 쾨헬 목록은 1785년의 초판을 따로 기재하고 있어 최초 출판 시점에 대해서는 견해가 갈립니다. 이후 슈파이어와 런던, 함부르크와 암스테르담에서 잇달아 복각되며 유럽 곳곳으로 퍼져 나갔습니다.
차이콥스키는 1887년 관현악 모음곡 제4번 〈모차르티아나〉의 마지막 악장 「주제와 변주」를 이 곡 전체를 관현악으로 옮겨 만들었습니다. 〈돈 조반니〉 초연 100주년을 기리는 헌정작으로, 그해 11월 모스크바에서 차이콥스키 자신의 지휘로 초연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