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설명
E♭장조의 한 곡짜리 콘서트 아리아입니다. 안단테(E♭장조)로 출발해 알레그로 아사이로 빨라졌다가 다시 안단테로 돌아오는 론도 형식, 약 7분 분량의 한 호흡 안에서 한 남자의 호소가 결연한 의지로 옮겨 갔다 다시 부드러운 호소로 닫히는 흐름이 자리 잡습니다. 편성은 테너 솔로에 클라리넷 2(B♭), 바순 2, 호른 2(E♭), 현악기로, 같은 시즌 K.418의 부드러운 칸타빌레 짜임(오보에 2·바순 2·호른 2·현)과 클라리넷이 가세한 점 외에는 거의 같은 결의 음향을 따라갑니다. 클라리넷의 따뜻한 중음역이 테너의 안단테 호소에 두 마디 단위로 호흡을 같이 호흡하면서, 한 음을 받치는 짜임이 호른과 바순의 중성적인 화성 위에 자리 잡습니다. 학자들은 이 곡의 자연스러운 캐릭터와 음역이 같은 자리에서 적힌 K.418·K.419에 비해 한층 단정하다고 평하며, 세 해 뒤 1786년 〈피가로의 결혼〉 알마비바 백작에서 다시 듣게 될 테너 음형을 미리 들려준다고 적어 둡니다. 알레그로 아사이 한가운데 등장하는 빠른 음형은 단순한 비르투오소 과시가 아니라, 한 사람의 결심을 새로 굳히는 자리로 자리합니다. 마지막 안단테가 다시 곡을 닫을 때, 처음 호소가 결심을 거쳐 다시 호소로 돌아오는 한 사람의 마음 흐름이 한 형식 안에 그대로 새겨집니다.
비하인드 스토리
1783년 6월 빈, 모차르트의 처형 알로이지아 랑게의 빈 황실 이탈리아 오페라단 데뷔를 앞두고 부르크극장에서 파스콸레 안포시의 〈Il curioso indiscreto〉(1777년 로마 초연) 빈 부활 공연이 준비됩니다. 안포시 오페라의 줄거리는 클로린다(소프라노)가 약혼자 마르케세 칼란드라노(베이스)에게 정조를 시험당하는 자리에서 시작됩니다 — 마르케세는 자기 친구 콘테 리파베르데(테너)를 보내 클로린다에게 구애하게 만들고, 그 시험을 받던 콘테 리파베르데는 자기도 모르게 클로린다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됩니다. 알로이지아가 맡은 클로린다 역을 위해 K.418과 K.419 두 곡이 적힌 같은 자리에서, 모차르트는 그녀의 무대 상대역 콘테 리파베르데를 노래할 테너 발렌틴 아담베르거를 위해 한 곡을 더 적어 둡니다 — 그 한 곡이 K.420입니다. 가사 첫 행 "Per pietà, non ricercate / La cagion del mio tormento"(부디, 제 고통의 원인을 캐묻지 마세요)는 그 자리의 콘테 리파베르데를 그대로 적어 둔 한 행입니다. 시험을 부탁받은 친구의 자리에서 진짜 마음으로 옮겨 가는 한 사람이, 자기 사랑을 차마 입에 올리지 못한 채 호소만 남기는 자리 — 안단테의 부드러운 호소가 알레그로 아사이의 결연한 결심으로 옮겨 갔다 다시 안단테의 호소로 돌아오는 론도 형식 안에, 그 한 사람의 마음이 한 호흡 안에서 출렁이는 자리가 자리 잡습니다. 발렌틴 아담베르거는 한 해 전인 1782년, 모차르트가 빈 부르크극장에 처음 올렸던 〈후궁으로부터의 도주〉(K.384) 초연 무대에서 주역 벨몬테를 노래했던 가수였습니다. 모차르트가 그의 풍성한 가슴소리와 점점 변해 가던 중장년의 음역, 거기에 큰 도약을 자유롭게 가르는 표현력을 가까이서 들어 본 손에서 K.420이 적힙니다. 그러나 1783년 6월 30일 부르크극장 무대에서 K.420은 결국 노래되지 못합니다. 모차르트가 같은 해 7월 2일 잘츠부르크의 아버지 레오폴트에게 보낸 편지에는 — K.418과 K.419는 알로이지아의 무대에서 그날 함께 노래됐고 두 곡 모두 박수를 받은 반면, 살리에리의 한 음모(Salieri의 "trick")가 끼어들어 아담베르거가 K.420을 무대에 올리지 않게 됐다는 정황이 또렷이 남아 있습니다. 같은 한 무대를 위해 같은 한 주 안에 적힌 세 곡 가운데 두 곡은 살아남고 한 곡만 빠진 자리, 그 한 자리가 K.420의 첫 무대였습니다. 세 해 뒤 1786년 〈피가로의 결혼〉이 같은 부르크극장 무대에 올랐을 때, 알마비바 백작 역의 테너 음형 안에서 K.420의 자연스러운 음역과 결연한 도약이 다시 한번 들립니다. 한 무대에서 빠진 한 곡이 다른 무대 위 한 인물의 음형으로 되돌아온 자리는, 모차르트의 작품 목록 안에서도 흔치 않은 짜임입니다. 자필악보의 풀 오케스트라 판본 정식 출판은 한 곡의 첫 무대로부터 100년 가까이 지난 1881년 노테봄이 편한 브라이트코프 운트 헤르텔의 모차르트 전집(Serie VI, Bd.2, No.27)에서 비로소 이루어졌고, 1971년에는 슈테판 쿤체가 신 모차르트 전집(NMA II/7/3)에 다시 수록합니다. 한 무대 뒤편의 음모로 빠졌던 한 곡이, 한 세기를 건너 무대 위에 다시 놓이기까지 — 그 사이에는 1783년 6월 빈 한 저녁의 무대에서 빠졌던 한 자리가 한 번 있었을 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