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설명
네 곡 모두 콩트르당스 특유의 짧은 박자 윤곽 위에 짜여 있습니다. G장조의 1번이 가장 길게 이어지면서 모음의 문을 열고, 같은 G장조의 2번이 짝을 이루어 따라붙습니다. 이어지는 C장조의 3번은 한 번의 호흡으로 짧게 끊어지고, 마지막 D장조의 12번이 가장 짧은 한 마디로 모음 전체를 닫습니다. 이 곡들은 모차르트 시대 잘츠부르크의 사적 무도회 음악이 어떤 분량과 흐름으로 짜였는지를 가장 또렷하게 보여 주는 자료 가운데 하나입니다. 한 곡이 길어야 90초 안팎으로 끝나고, 네 곡을 모두 합쳐도 5분이 조금 넘는 분량입니다. 한 자리에서 손님들이 줄을 바꿔 가며 라운드를 이어가도록 짜인 짧은 마디 단위가 곡 안에 그대로 적혀 있습니다. 오케스트라 원전이 분실되어 정확한 편성은 확정할 수 없습니다. 다만 같은 시기 잘츠부르크 무도회에 쓰이던 작은 무도회 악단(오보에·호른·현악)이 자연스러운 추정이고, 이런 가벼운 음향 위에 놓고 들으면 곡이 어떤 자리를 위한 음악이었는지가 한층 또렷이 들립니다.
비하인드 스토리
이 곡들은 모차르트의 직속 고용주 콜로레도 대주교의 조카 요한 루돌프 체르닌(Johann Rudolf Czernin) 백작을 위해 쓰였습니다. 1777년 당시 스무 살이었던 체르닌은 잘츠부르크에서 삼촌이 다스리는 궁정 가까이에 머물면서 바이올린 연주에 빠져 있었고, 이듬해인 1778년에는 일요일 오후 로드론 가문 저택에서 모이는 사적 오케스트라까지 직접 만들게 됩니다. 레오폴트 모차르트는 그 첫 모임에 자기와 딸 난네를이 함께 연주했다는 소식을 파리에 가 있던 모차르트에게 편지로 적어 보냈습니다. 콜로레도 대주교는 궁정 음악 활동을 이전 대주교들보다 줄여 두었고, 그 결과 잘츠부르크의 음악은 궁정 바깥 사적 자리로 더 많이 옮겨가고 있었습니다. K.269b가 정확히 어떤 무도회 자리를 위해 쓰였는지는 자필 악보가 분실되어 알 수 없지만, 체르닌의 사적 음악 모임이 만들어지기 직전 시기에 같은 인물을 위해 적어 둔 짧은 무도회 음악이라는 점에서, 잘츠부르크 안의 한 가까운 인물 한 명을 위한 음악으로 남아 있습니다. 원래 12곡짜리 모음이었다는 점은 후대의 사본 흔적과 여러 출처가 일치되게 가리키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어느 시점에 자필 오케스트라 악보가 흩어졌고, 오늘날에는 1·2·3·12번 네 곡만 피아노 편곡 사본 형태로 남아 있습니다. 1960년대에 데카(Decca)의 모차르트 전집을 기획·녹음하던 영국의 모차르트 학자이자 프로듀서 에릭 스미스(Erik Smith)는 잔존 네 곡 가운데 1번과 3번을 다시 작은 오케스트라 편성으로 풀어내어, 빌리 보스코프스키 지휘 비너 모차르트 앙상블의 1964년 잘츠부르크 녹음에 수록했습니다. 한편 4곡 전체를 한 자리에서 들을 수 있는 형태는 본래의 피아노 편곡 사본을 살린 연주로, 한국의 피아니스트 김수연(Su Yeon Kim)이 2023년에 펴낸 〈Mozart Recital〉 앨범이 그 한 예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