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프의 모차르테움 밤, 모차르트와 바흐를 잇다
안드라스 시프(András Schiff)가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2026 솔로 리사이틀에서 모차르트와 바흐의 작품을 한 무대에 나란히 놓았다. 프로그램은 무대에 오르는 순간까지 '모차르트와 바흐의 작품'이라는 한 줄로만 예고됐고, 시프가 스스로 마이크를 잡고 곡마다 짧은 해설과 시연을 곁들이며 순서를 하나씩 밝혔다. 모차르테움 대강당의 뵈젠도르퍼 위로, 잘츠부르크에 편재하는 모차르트를 진지한 사색가로 되짚어 읽는 밤이 흘렀다.

잘츠부르크의 여름은 모차르트로 뒤덮인다. 기념품 가게 진열장에도, 초콜릿 포장지에도, 물론 여름 페스티벌의 프로그램에도 그의 이름이 걸린다. 그 한복판에서 8월 13일 밤, 헝가리-영국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시프(András Schiff)가 모차르테움 대강당(Großer Saal)에 올랐다. 이번에도 그는 모차르트를 살롱 곡 몇 개로 흘려보내지 않고, 바흐와 나란히 놓아 두 거장을 대화시키는 프로그램으로 무대를 짰다. BR-Klassik의 평론가 토비아스 헬(Tobias Hell)은 잘 짜인 극적·역사적 문맥에 놓인 진지한 여정이었다고 리뷰에 적었다.
Werke von Mozart und Bach.
이번 잘츠부르크 리사이틀을 위해 시프가 공식적으로 흘린 정보는 이 한 줄이 전부였다. 프로그램 노트의 심층 인터뷰조차 몇 개의 이정표만 남겨둔 채 나머지를 감췄다. 마지막 순간까지 곡의 조합을 다듬는 것은 시프 특유의 방식이다. 그는 자신의 테마 리사이틀을 매번 그날 홀의 음향에 맞춰 조정하고, 어디로 여정을 이끌지 공연 당일에야 확정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번에도 시프는 스스로 마이크를 잡았다. 사이사이 짧은 해설을 붙이고, 다음에 나올 주제의 서너 마디를 미리 들려주는 식이다. 그 대목이 원곡에서 실제로 등장할 때 객석에서 낮은 감탄이 새어 나오는 순간이 반복됐다. 바흐가 모차르트와 달리 이탈리아 땅을 한 번도 밟지 못했다는 반농담 조의 위로 뒤에는 바흐의 이탈리아 협주곡이 이어졌고, 후반부의 화답처럼 그가 개인적으로 아낀다는 모차르트 F장조 소나타 KV 533이 뒤를 이었다.
후반부의 이탈리아 여정은 사실 전반부에 대한 '보상' 성격이었다. 시프는 눈웃음과 함께 관객에게 미리 양해를 구했다. 전반부 마지막 두 곡이 모두 h단조(B단조)로 쓰였기 때문이다. h단조는 오랫동안 '죽음의 조성'으로 불려 왔고, 모차르트 자신도 이 조성에 손댄 것은 아다지오 KV 540 단 한 곡뿐이었다. 그러나 시프의 손끝에서 이 곡은 순수한 애가로 남지 않았다. 죽음을 종말이 아니라 무언가의 시작으로 읽어내는 종교적 감수성이 은근히 배어들었다.
시프는 잘츠부르크 리사이틀에서 매번 두 거장 사이에 다리를 놓아 왔다. 지난해 이 홀에서 그는 바흐의 '푸가의 기법(Kunst der Fuge)'을 파고들었다. 그가 그려내는 모차르트는 대중문화가 즐겨 파는 '생기 넘치는 야생 청년'이 아니다. 자신의 우상이 남긴 음악적 화두를 자기 언어로 옮겨 오는 철학자, 혹은 그 화두를 뒤집어 되묻는 성찰가에 가깝다.
토비아스 헬의 리뷰는 BR Klassik의 아침 편성 '알레그로(Allegro)' 8월 14일 방송분에도 함께 소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