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벤트 가든 〈피가로〉, 21년차의 빛과 흔들림
영국 코벤트 가든 로열 오페라가 데이비드 맥비카의 〈피가로의 결혼〉을 21년째 무대에 올렸다. 평론가 알라스테어 매콜리는 1830년 무렵으로 옮긴 디자인이 여전히 가장 아름다운 축에 속한다면서도, 베르트랑 드 빌리가 지휘한 이번 6월 리바이벌엔 "어긋난 요소들이 너무 많다"는 평을 남겼다.

코벤트 가든 로열 오페라의 〈피가로의 결혼〉이 이제 스물한 번째 시즌을 맞았다. 연출가 데이비드 맥비카(David McVicar)가 1830년 무렵으로 시대를 옮긴 이 무대는, 타냐 맥캘린(Tanya McCallin)의 디자인 아래 모차르트 희극의 바탕인 미묘한 계급 구분을 정교하게 살린 프로덕션으로 꼽힌다. 평론가 알라스테어 매콜리(Alastair Macaulay)는 "지금까지 본 어떤 〈피가로〉 무대보다 손꼽히게 아름답다"는 평가를 유지하면서도, 이번 6월의 리바이벌은 그 영광을 온전히 받지 못했다고 적었다.
지휘는 베르트랑 드 빌리(Bertrand de Billy)가 맡았고, 리허설은 리어 하우스먼(Leah Hausman)이 다듬었다. 매콜리는 무성영화 같은 코믹 연출이 반복돼 서곡 끝부분과 마지막 장면이 지루해졌다고 짚는다. 한 인물의 솔로 아리아 한가운데 다른 인물들이 무대를 가로지르는 장면도 거듭 등장한다.
〈피가로〉는 서로 뚜렷이 다른 여러 인물에 관한 작품이다.
문제는 그 인물들 사이의 균형이었다고 그는 적었다. 백작의 아리아 도중에도 또 다른 인물들의 무언극이 끼어들면서, 모차르트가 의도한 독백의 호흡이 흐트러진다는 것이다.
캐스팅 면에서는 명암이 갈렸다. 작년 여름 글라인드본에서 백작부인을 노래했던 루이즈 올더(Louise Alder)는 이번엔 수산나로 무대에 섰다. 매콜리는 그가 "영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가수 중 한 명이 되어가고 있다"고 짚으면서도, 보컬 라인에 더 안정된 호흡과 균형을 바란다고 적었다. 백작부인 역의 남아공 소프라노 마사바네 세실리아 랑과나샤(Masabane Cecilia Rangwanasha)에 대해서는 "기개와 감정을 가진 예술가"라고 평하면서, 그가 앞으로 만들어갈 백작부인의 "첫 스케치"를 본 느낌이라는 단서를 붙였다.
피가로 역의 알렉스 에스포지토(Alex Esposito)는 첫 막에서 안정된 뒤 캐릭터 특유의 에너지와 추진력을 보여주었지만, 고통의 순간에 캐릭터의 심장을 열어 보이는 데까지는 가지 못했다는 평이다. 영국 무대에 선 지 4년이 된 몰도바 바리톤 안드레이 질리홉스키(Andrey Zhilikhovsky)의 백작에 대해서는 "스타일리시하고 음악적이지만, 이 자리에 필요한 추진력에는 못 미친다"는 평을 받았다. 케루비노로 출연한 불가리아 가수 스베틀리나 스토야노바(Svetlina Stoyanova)는 그날 저녁 가장 사랑스러운 노래를 들려준 반면, 연기는 외형에 머물렀다는 엇갈린 평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