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리히 〈티토의 자비〉, 모차르트의 관용을 거꾸로 읽다
모차르트가 사망의 해인 1791년에 레오폴트 2세의 보헤미아 왕 대관식을 위해 쓴 〈티토의 자비〉가 취리히 오페라하우스 무대에 올랐다. 다미아노 미키엘레토의 연출은 황제 티토의 너그러움을 약점으로 뒤집고, 모든 등장인물이 그를 경멸하는 시각으로 작품을 다시 썼다. 마르크 민코프스키는 시대악기 앙상블 라 신틸라와 함께 모차르트의 이 마지막 해의 작품을 새롭게 조명했다.

모차르트가 1791년에 작곡한 〈티토의 자비〉는 레오폴트 2세의 보헤미아 왕 대관식을 축하하기 위해 의뢰된 작품이다. 메타스타시오 대본을 각색한 이 오페라는 관용과 용서를 정치의 미덕으로 삼은 로마 황제 티토의 모습을 그리며, 고문과 재산 몰수, 황제모독죄를 폐지하고 계몽주의의 원칙을 통치에 끌어들인 레오폴트의 노선을 함께 기린다. 그 1791년의 작품이 취리히 오페라하우스 무대에서 새 옷을 입었다.
연출은 다미아노 미키엘레토가 맡았다. 그의 무대는 모차르트의 시선과 정반대로 움직인다. 모든 등장인물이 티토를 경멸하고, 그의 선의를 부담스러워하며 비웃는다. 클라우스 브룬스의 의상은 시대를 20세기 중반으로 옮겨 모든 남자를 정장 차림으로 통일했고, 파올로 판틴의 세트는 에드워드 호퍼의 〈나이트호크스〉 속 바를 닮은 회전무대로 짜였다. 서곡이 흐르는 동안 친위대장 푸블리오는 가구 밑에 도청 장치를 심고, 1막의 한 장면에서는 네 사내가 감시 테이프를 티토의 머리에 감으며 그를 조롱한다. 결말에서 모반자들을 모두 용서한 티토는 푸블리오의 독약에 쓰러지고, 자비라는 작품의 주제 자체가 무대 위에서 부정된다.
지휘는 마르크 민코프스키가 취리히 자체 시대악기 앙상블 라 신틸라와 함께했다. 라 신틸라의 음향은 풍성하고 색채감이 살아 있었지만, 평은 민코프스키의 해석이 양극단으로 치우쳤다고 짚었다.
빠른 부분은 너무 빨랐고, 느린 부분은 너무 느렸다.
세스토의 아리아 〈Parto, parto〉의 유난히 느린 템포가 대표적이고, 합창 대부분이 피아니시모로 처리돼 1막 피날레 〈O nero tradimento〉의 극적 무게가 흩어졌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가수진이 무대를 만회했다. 마르고 포게의 비텔리아는 풍성하고 매끄러운 소프라노에 극적인 고음과 빛나는 콜로라투라를 더했다. 1막에서는 세스토를 유혹하는 팜파탈을, 2막에서는 무너지는 음모자의 고백을 흉성과 끊긴 호흡으로 그려냈고, 〈Non più di fiori〉를 자랑이 아니라 패배의 인정으로 부른 점이 인상적이라는 평이다. 레아 데장드르의 세스토는 고른 메조 음색과 흠 없는 콜로라투라로 무대를 채웠고, 비텔리아에게 휘둘리는 청년의 흔들림을 감정선의 깊이로 이어갔다.